‘늙은 사회복지사’의 노래?
2018-11-26 입력 | 기사승인 : 2018-11-26

[최주환 = 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나이가 좀 들어서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했다. 1982년, 그러니까 만으로 27살인가에 대학의 신입생이 되었으니 늦어도 한참 늦은 나이에 대학생이 된 것이다. 그 때 대학은 전두환 정권에 대한 반정부집회로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시절이었다.


광주학살의 진상을 규명하자는 소리를 폭압적인 방법으로 짓누르던 전두환 정권에 온 몸으로 저항하던 학생들이 시위가 끝나고 나면,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술집으로 모여들었다. 술 몇 잔을 거푸 마신 다음, 거나한 기분으로 늘상 ‘늙은 군인의 노래’를 불렀다. 나이도 어린 친구들이 ‘나 죽어 이 강산에 묻히면 그만인데,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이라는 대목에서 다들 목매어 부르던 기억이 생생하다.


‘늙은 군인의 노래’에는 자신의 삶에 충실했던 사람이 장대하게 토해 내는 회고(回顧)와 소회(所懷)가 담겨 있다. 격렬하게 부르던 운동권 노래들과는 다소 결이 다른 이 노래는, 지난 현충일에 가수 최백호가 불러서 깊은 맛을 다시 느끼게 하기도 했다.


늙은 군인의 노래를 이 아침에 읊조리는 이유는 요즘의 사회복지계를 두고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가 ‘늙은 사회복지사’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특출 나지는 않았더라도 나름 열심히 살아왔고, 이만큼의 형편이라도 만들어내기 위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달려왔는데 손에 잡히는 기쁨과 보람이 별로 없다는 선배님들의 말씀이 생각났다.


젊은 사회복지사들의 눈에는 자리만 꿰차고 앉아 있는 구닥다리처럼 보일 지도 모른다는 자조(自嘲)와 함께, 자신들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 온 젊은이들을 감당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말씀도 있었다. 젊음을 다 바쳐서 일구어 온 사회복지현장을 세치 혀로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것을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는 한탄도 있었다.


모든 것이 부족한 시대를 이기고 오늘에 이른 그 분들의 수고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존경과 존중이 사라진 곳에는 분노와 좌절만이 남게 된다. 사회복지계의 원로들이나 선배들이 후배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늙은 군인의 노래’ 같은 소회를 거나한 기분으로 풀어낼 수 있도록, 그분들의 수고는 마땅히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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