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전명숙 과장, “13년째 자살률 1위 불명예 벗어나야죠”
2018-04-02 입력 | 기사승인 : 2018-04-02
데스크 bokji@ibokji.com

절망 앞에서, 삶의 한 걸음을 내딛기 두려울 때 누군가는 비극적 선택을 한다. 유독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많은 나라 대한민국.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13년째 OECD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불명예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가가 나선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자살은 막을 수 있는 사회문제’라는 인식 하에 역대 정부 최초로 자살예방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올해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통해 자살률 낮추기에 본격 돌입한다.  


지난 1월 23일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발표하고 2월 6일에는 이를 실행할 자살예방정책과가 보건복지부 내에 새로 생기는 등 숨가쁜 일정이 이어졌다. 신설된지 이제 한달 가량이 지난 ‘자살예방정책과’. 과의 수장으로서 그 누구보다 어깨가 무거운 전명숙 신임과장을 정책브리핑이 만났다.


다음은 전 과장과의 일문일답.



<전명숙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 > 


- 자살예방정책과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자살예방정책과는 자살예방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총괄합니다. 자살예방에 관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위한 사업과 프로그램도 개발합니다.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이를 지원하는 일도 담당하고요. 자살의 원인분석과 실태를 조사하는 일도 우리과에서 진행하게 됩니다.


자살 고위험군을 발굴해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사후관리 하는 일도 추진하고 자살자의 가족을 지원하는 정책도 추진합니다. 자살위험 해소를 위한 관계기관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관련해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대국민 교육과 홍보, 캠페인도 저희가 맡아서 실행합니다. 과에는 과장인 저를 포함해 총 8명이 근무하고요 모두 정책지원을 위한 행정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 자살예방정책과가 만들어지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서요?


우리정부는 모든 국민이 빈곤·질병 등 각종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포용적 복지국가의 실현을 국정방향으로 삼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포용적 복지국가 실현의 최우선 과제이기도 하지요.


우리사회는 ‘자살은 개인적인 문제이며, 자살하려 사람을 막을 수 없다’는 잘못된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일본·핀란드 등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킨 국가나, 지자체의 사례들을 볼 때 자살은 국가와 사회의 적극적 노력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사회문제입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2003년 27.0명이었던 자살률이 국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2015년에는 18.9명까지, 핀란드는 1990년 30.2명에서 2014년 14.1명으로 자살률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또 가까이 울진군의 경우 2012년 36.8명이었던 자살률이 2016년 7.8명으로, 곡성군은 2012년 48.6명에서 2016년 13.2명으로 줄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역대 최초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확산’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키고 자살예방 전담부서 설치를 확정하는 등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9월 자살률 감소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지시한 바 있고요. 자살행동 계획도, 우리과의 신설도 모두 이러한 정부 의지의 연장선상에 있는 겁니다.


- 국가가 나서서 행동계획을 추진해야 할 정도로 우리나라 인구의 자살률이 심각한가요?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16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25.6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교통사고 사망률 10.1명의 2배 수준이며 외인사의 절반 가량인 46.4%가 자살로 인한 사망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연간 자살사망자는 1만 3092명으로 하루 평균 36명이 자살로 사망하고 있는 셈입니다. 1만 3000명은 어지간한 종합대학교 학부 정원보다 많은 규모입니다. 혹자는 이러한 수치가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사상자 수보다 더 많다고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노인 자살률은 53.3명으로 전체 자살률의 2배 이상이며 OECD 노인 자살률 18.4명의 3배 수준에 달합니다. 매우 안타깝게도 10대·20대·30대 우리국민의 사망원인 1위가 바로 자살입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나요?


이번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은 자살률 OECD 최고 수준을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단기적으로 이행 가능하고 성과가 입증된 6개 분야 54개 과제로 구성돼 있습니다.


정부는 자살률에 대한 대대적인 원인분석을 통해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자살의 발생 단계별로 개입해 자살을 차단하는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주요 과제를 살펴보면 5년간(2012~2016년) 발생한 자살자 7만명 전수조사를 통한 자살원인 분석 등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자살예방 정책 추진, 지역사회 풀뿌리조직을 중심으로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100만명 양성, 국가건강검진 상 우울증 검진 확대 등 고위험군 발굴체계 구축 등이 있습니다.


또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인력 확충 및 찾아가는 ‘마음건강버스’ 등 고위험군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지원, 응급실 방문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사업 확대, 유가족 지원 등 사후관리 확대 대책도 행동계획에 포함됐습니다.


- 이 중 좀 더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것들은요?


경찰청 수사기록을 활용해 2012~2016년 5년간 발생한 자살자 7만명의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전문적으로 훈련된 조사요원들이 경찰청을 방문, 과거의 변사사건 수사기록에서 자살원인과 동향분석에 필요한 인적사항·자살특성·주변인 진술 등의 자료를 수집해 분석할 계획이죠.


전수조사를 통해 자살사망자 전수에 대한 국가 통계를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에는 확보할 수 없었던 읍면동 단위 자살동향, 정확한 사망 지점별 자살현황 등 객관적 정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조사 결과는 국가 자살예방 사업에도 활용할 수 있지만 지역사회 단위에서 특히 자살이 많이 발생하는 읍면동, 자살지점, 연령 등을 특정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수사기록을 들여다보면 시군구로, 마을단위로 자살수단이나 원인·장소·방법 등 특정적인 정보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걸 알아내면 대책을 좀 더 정교하게 만들 수 있겠죠. 이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하는 등 좀 더 정교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또 하나 올 한해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100만명 양성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자살예방 게이트키퍼’란 가족, 친구, 이웃 등 주변 사람의 자살위험 신호를 재빨리 인지해 전문가에게 연계하도록 훈련받은 사람입니다.


WHO와 자살예방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국가들에서는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양성을 가장 효과적인 자살예방 개입전략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WHO는 게이트키퍼 양성을 자살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개입전략 중 하나로 제시했고요 그보다 훨씬 앞서 1995년에 이미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자살예방의 효과적인 8가지 전략 중 하나로 게이트키퍼 양성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저희가 심리부검을 해보니 자살한 사람의 90% 이상이 자살할거라는 신호를 사전에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것이 자살의 신호인 줄 모르는거죠. 전문가들이 봤을 때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들이 있는거예요. 아주 전문적인 게 아니라 일반인들도 2~4시간 교육을 받으면 금방 파악할 수 있지요.


우선은 이장이나 통장,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등 자살 충동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과 접촉 빈도가 높은 국민들을 위주로 교육을 실시하려고 합니다. 게이트키퍼 교육을 받은 이들이 이웃주민과 서비스 대상자들의 자살신호를 민감하게 인지해 필요한 경우에는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으로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는 등 자살고위험군 발굴체계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 이 같은 행동계획을 통해 어떤 것을 기대하나요?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자살률은 OECD 평균인 12.1명의 2.4배 수준입니다. 2위인 헝가리의 19.4명과도 크게 격차가 나죠? 일단, 자살률 감소 목표치는 2022년까지 17명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연간 자살자 수는 1만명 이내로, OECD 1위 탈피는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전명숙 과장이 복지부와 중앙자살에방센터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자살예방 캠페인 ‘괜찮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명숙 과장이 복지부와 중앙자살에방센터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자살예방 캠페인 ‘괜찮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목표 달성을 위해 자살예방정책과는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 예정인가요?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은 정부가 최초로 전향적인 목표치를 제시하며 문제해결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대책입니다.


복지부는 이러한 국가 행동계획이 속도감 있게 충실히 추진될 수 있도록 관리하기 위해 2월초에 ‘자살예방정책과’를 신설한거죠.


자살예방정책과는 관계부처 뿐 아니라 민간부문과 잘 협력해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자살예방, 교통안전, 산업안전 등 3대 분야는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하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 점검 협의회’를 통해 분기별로 점검하는 등 이행력을 확보해 나갈 예정입니다.


- 자살예방정책과의 역할이 막중합니다. 과의 수장으로써 어깨가 무거우실 것 같은데 어떤가요?


일이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하루에 36명이 자살한다는 건 2시간에 3명 정도가 목숨을 끊는다는 건데 이걸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밤새 미디어 모니터링을 하면서… 무력감이 들었던 적도 있었죠. 그러다가도 조금씩이지만 변화하는 모습들에서 힘을 얻곤 합니다. 


업무 자체가 어둡잖아요. 자살이라는 테마보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면 훨씬 더 가볍게 접근할 수 있지요. 공무원으로 일을 하면서 돈을 벌자고 일을 하는 건 아니니깐요. 보람과 긍지는 일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에너지인데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법을 만들고 규제를 만들고 이런 걸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사회의 문화를 바꾸는 차원이라 기존의 정책수단이나 정책 추진방법보다 더 창의적이고 다각적,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할 겁니다.


업무를 함에 있어서도 과원들이 같이 아이디어를 내고 토론하고 그렇게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입니다. 또 업무 주제가 주제다 보니 우울해 질 수도 있기 때문에 과 분위기를 잘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까지는 우리과의 분위기 좋다고 생각해요.


우리 국민들의 성향이 개인주의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관심이 많은 만큼 오히려 빠른 시일 내에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조심스레 해봅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도와주려는 사람들도 많고, 많을 거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죠.


-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해외사례나 우수 지자체들의 사례를 볼 때 자살은 분명히 ‘해결가능한 사회 문제’이지만 결코 쉬운 과제는 아닙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뿐 아니라 민간의 관계기관, 국민 전체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합니다.


주변인을 관심있게 살피고 “괜찮니?”라고 물어봐 주는 자살예방 캠페인에 참여하거나 자살예방 게이트키퍼로 활동하거나, 온라인 자살유해정보 모니터링 단으로 참여하는 등 어렵지 않게 힘을 더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 중에 부모님이 자살하신 분이 있는데 그 분이 현재 게이트키퍼 강사로 활동 중입니다. 그 분이 “나는 우리 엄마를 지키기 못했기 때문에 다른 더 많은 사람을 지키려고 이 교육을 한다”더라고요.


지나고 나서 아는 것 보다 그 전에 조금 더 잘 살피고 그 순간만 도움을 줘도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어요. 걱정되는 사람에게 내일로 미루지 말고 오늘 한 번 괜찮니라고 물어봐주세요. 주변에 힘든 사람 없는지 찾아봐 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답니다.


<이 인터뷰는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의 자료를 공유합니다>



데스크 bokji@ibokj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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