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를 장애인이라 하는가?
2018-05-09 입력 | 기사승인 : 2018-05-09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이날은 국민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기념일이다. 매년 맞이하는 장애인의 날이지만 국민들의 장애인에 대한 무관심과 차별은 별반 나아지지 않은 듯하다. 참으로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신체가 정상적이지 못한 사람을 장애인(障碍人)이라고 특정하고 있지만 이 세상에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는지 묻고 싶다. 누가 장애인이고 누가 비장애인인가? 인간은 근본적으로 불완전한 존재로 태어난다.


겉모습은 완전한 듯 보이지만 완전하지 못하기에 불안, 공포, 우울, 불만, 질투, 이기심, 자만심 등등 인생의 긍정적인 면을 상실하게 만드는 요인들을 일생동안 표출하며 산다. 뿐만 아니라 죽음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는 모두가 무기력하다.


무엇으로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숙명적인 장애를 안고 사는 게 인간이다. 그러하기에 행복하지 못하다. 행복할 수 없는 존재이다.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롭다 하더라도 완전한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 일시적인 즐거움이나 쾌락은 느낄 수 있지만 그것마저 찰나적이다. 따라서 우리는 모두 장애인이다.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장애에 대해 차별하고 말고를 논할 필요도 없다. 모두가 장애인이니까.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장애를 느끼지 못하고 산다. 설령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그렇지 않은 듯 자신의 장애를 숨기거나 부정하고 산다.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미투운동만 봐도 그렇다. 연약한 여성을 자신의 지위나 권력을 이용해 추행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철면피들을 보라. 그들은 자신의 장애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모르거나 알고도 기만하고 살지 않는가. 과연 그들을 정상인이라 할 수 있는가. 그들이야말로 성기능에 심각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자기가 사는 곳 인근에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를 짓는다고 시위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또 어떤가. 그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라고 한다. 물질의 노예가 되어 인생에 무엇이 중요한지를 보지 못하는 이 사람들이야말로 세상을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시각장애인이 아니고 뭔가.


자신의 아랫사람들에게 폭압적인 언어폭력과 갑질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가. 듣기 좋은 말로 분노조절장애라 하지만 그들을 온전하다 할 수 있는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가정에서 사회에서 크고 작은 장애의 민낯을 들이대며 살고 있으면서도 그 장애를 부정하고 산다. 마음의 병, 마음의 장애는 신체의 장애보다 더 심각한 장애이다.


신체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 가운데 정신적으로 성숙한 아름다운 삶을 사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가 잘 아는 헬렌 켈러(Helen Adams Keller, 1880~1968)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거룩한 삶을 살았다. 헬렌 켈러는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3중의 장애를 극복한 인간 승리자일 뿐만 아니라, 가난한 노동자와 약한 여성과 차별받는 유색인들을 대변한 개혁가였다.


<뉴욕포스트>는 “헬렌 켈러는 눈멀고 귀먹었다. 그러나 눈멀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을 둘러싼 억압을 보고, 귀먹었기 때문에 분노한 인도주의의 함성을 들을 수 있다”고 평했다. 그녀의 인생에서 육체적인 장애는 큰 문제가 되지 못했다.


그녀는 인생 모두를 정신적으로 불평등 장애를 가진 사회의 통념을 부수는데 전념했다. 오늘날 우리는 그녀가 외친 평등의 가치에 눈을 떠야 한다. 그녀가 가고 세상이 많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인간의 정신문화는 더 퇴보하지 않았나 하는 슬픈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살맛나는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평등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얼굴이 희든 검든, 권력을 가진 사람이든 아니든,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모든 가치의 위에 모두가 존엄한 인간이라는 평등의 가치를 우선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언제까지나 자신의 정신적 장애는 숨겨둔 채 다른 사람의 신체적 장애를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차별하면 자신의 장애는 영원히 치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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