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건복지부-국민연금공단, 22일부터 전국 7개 지역본부서 본격 실시
- 경제적 학대 차단하고 맞춤형 지출 계획 수립... 2028년 본사업 목표
[복지미디어]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인지 능력이 저하된 어르신들의 소중한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직접 ‘재산 파수꾼’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장관 정은경)는 오는 4월 22일부터 국민연금공단과 협력하여 공공신탁 기반의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시범사업을 전격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업은 판단력이 흐려진 치매 어르신을 노린 기망 행위나 가족·타인에 의한 재산 유용 등 이른바 ‘경제적 학대’로부터 어르신의 노후 자금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마련됐다.
■ 154조 원 치매 자산, ‘관리 사각지대’ 없앤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가 보유한 자산 규모는 약 154조 원(2023년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동안 치매 노인의 임대료 체납이나 요양시설 입소 시 발생하는 재산 갈취 사건 등 재산 관리의 사각지대가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이번에 시행되는 서비스는 국민연금공단이 수탁자가 되어 어르신의 재산을 맡아 관리하는 방식이다. 기초연금 수급 어르신을 주요 대상으로 하되, 65세 이상 어르신이라면 일정 이용료를 부담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위탁 가능한 재산은 현금과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주택연금 등으로 한정되며 상한액은 10억 원이다.
■ 맞춤형 재정 계획 수립... “꼭 필요한 곳에만 투명하게”
단순한 보관을 넘어, 어르신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이번 사업의 특징이다. 먼저 공단 담당자가 대상자의 가정을 방문해 건강 상태와 생활 습관, 보유 자산을 상담한 뒤 요양비, 생활비, 용돈 등 월별 지출 규모를 정하는 ‘재정지원계획’을 수립한다.
계약 이후에는 계획에 따라 매달 생활비가 배분되며, 반기별 1회 이상 직접 방문을 통해 지출 내역을 모니터링한다. 특히 예기치 못한 특별 지출이나 계약 해지 요청 시에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치매안심재산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므로, 제3자에 의한 부당한 인출을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 2028년 본사업 추진... 국가가 노후의 동행자 될 것
임을기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관은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는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어르신의 재산 관리를 국가가 함께 동행하며 지켜드리는 보호막이 될 것”이라며 “제도 정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비스 신청 및 문의는 인근 국민연금공단 지사나 콜센터(1355)를 통해 가능하다.
■ 복지 사각지대, 이제 ‘재산권 보호’까지 넓혀야
그간 우리 사회의 복지는 ‘돌봄’과 ‘의료’라는 하드웨어적 서비스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154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치매 환자의 자산 규모는 우리가 간과해 온 또 다른 복지의 영역, 즉 ‘경제적 생존권’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인지 능력이 저하된 어르신에게 재산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남은 여생을 지탱할 유일한 ‘생명줄’이다. 이를 노린 사기나 가족 간의 갈등은 어르신을 빈곤층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물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까지 훼손한다. 이번 시범사업은 국가가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를 넘어 국민의 재산을 수호하는 '신뢰의 보루'가 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다만, 제도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공공신탁에 대한 인식 확산과 더불어 현장 담당자들의 전문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재산 관리는 고도의 윤리성과 정밀함이 요구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여, 치매 어르신들이 자신의 재산을 온전히 자신의 행복을 위해 쓸 수 있는 ‘존엄한 노후’의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데스크 bokji@ibokj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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