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장 선정기준 ‘소득 vs 지출’ 격돌... 복지 안전망 근간 흔드나
2026-04-18 입력 | 기사승인 : 2026-04-18
데스크 bokji@ibokji.com


<이스란 제1차관 주재로 「제3차 기초생활보장 제도 발전 포럼」을 개최했다.>
 

- 복지부, 제3차 제도 발전 포럼 개최

-기준 중위소득 고도화와 최저생계비 재조명 논의

- 상대 빈곤선 통한 ‘보장성 강화’와 절대 빈곤 해소 위한 ‘자립 유인’ 균형이 관건


[복지미디어] 우리나라 사회안전망의 최후 보루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정기준’을 두고 정책 전문가들이 날카로운 논쟁을 벌였다. 상대적 빈곤을 반영하는 ‘기준 중위소득’ 체계를 공고히 할 것인가, 아니면 공공부조의 본질인 절대 빈곤 해소를 위해 ‘최저생계비’의 비중을 높일 것인가가 핵심이다.


보건복지부(장관 정은경)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신영석)은 지난 17일, 이스란 제1차관 주재로 「제3차 기초생활보장 제도 발전 포럼」을 개최하고 공공부조 선정기준의 합리적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 “사회적 격차 반영해야” vs “절대 빈곤 탈출이 우선”


이번 포럼에서는 선정기준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이 팽팽하게 맞섰다.


먼저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득 관점’에서의 개선안을 내놓았다. 강 위원은 2015년 맞춤형 급여 개편 당시 도입된 ‘기준 중위소득’의 취지를 강조하며, 사회 전체의 소득 증가 수준을 반영하는 상대 빈곤선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포함해 80여 개 복지 사업의 잣대가 되는 기준 중위소득의 산정방식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김미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지출 관점’에 주목했다. 공공부조의 본질은 결국 ‘절대 빈곤’의 해소에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수급자의 근로 의욕을 꺾지 않으면서도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최저생계비’에 기반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수급자가 단순히 급여에 안주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유인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를 가르는 ‘선정기준’은 단순히 통계적 수치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복지의 가치관을 대변한다. 현재 논의의 핵심인 소득 중심의 ‘기준 중위소득’과 지출 중심의 ‘최저생계비’는 철학부터 장단점까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 ‘기준 중위소득’, 상대적 빈곤 해소와 보편적 가치 지향


현행 제도의 근간인 ‘기준 중위소득’은 사회 전체의 평균적인 삶의 질을 반영하는 상대적 빈곤의 관점에 서 있다. 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경제적 성장 속도에 맞춰 복지 수준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이는 단순히 ‘굶주림’을 면하는 수준을 넘어, 사회 구성원으로서 격차 없는 삶을 보장하려는 포용적 복지의 철학을 담고 있다.


다만, 통계상의 소득 수치에 의존하다 보니 물가 상승이나 주거비 등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실제 생활비와의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고질적인 한계로 지적된다.


■ ‘최저생계비’, 절대적 빈곤 해소와 실질적 생존권 보장


반면, 다시금 주목받는 ‘최저생계비’는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산출하는 절대적 빈곤 관점에 바탕을 둔다. 수급자가 실제로 지출해야 하는 의식주 비용을 직접 계측하기 때문에, 국가가 보장해야 할 최저 생활 수준의 한계선을 명확히 확립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특히 위기 가구의 실질적인 생존권을 보호하는 데 더 강력한 기준이 된다.


그러나 사회 전체가 부유해져도 최저 생계 수준에만 머물게 될 경우, 수급자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기 어렵고 사회적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결국 이번 포럼에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 이유는 두 기준의 장점을 결합해, 변화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도 사각지대 없이 국민의 삶을 지켜낼 ‘가장 합리적인 선’을 찾기 위함이다.


■ ‘기준 중위소득’의 무게감... 80여 개 복지 사업의 나침반


현재 보건복지부가 사용하는 ‘기준 중위소득’은 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으로,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현재 생계급여(중위 32% 이하), 의료급여(중위 40% 이하) 등 주요 급여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의 국민취업지원제도, 교육부의 국가장학금 선정 등 범정부적인 복지 사업의 기준으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복지부는 3년마다 최저생계비를 직접 계측하여 기준 중위소득이 실제 생활 수준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 평가하고 있으며, 이번 포럼에서 제기된 개선 과제들을 검토해 2026년 하반기 발표 예정인 ‘제4차 종합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스란 제1차관은 “선정기준은 국민의 기본생활 보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며, “급여의 보장성과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균형 있게 고려해 합리적인 개선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데스크 시각] 숫자의 정교함보다 현장의 온기가 우선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정기준을 논하는 것은 단순한 통계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어떤 삶까지를 국가가 책임질 것인가’를 결정하는 가치의 문제다.


상대적 빈곤을 강조하다 보면 국가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우려되고, 절대적 빈곤에만 매몰되면 사회적 소외가 심화되는 딜레마에 빠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준 중위소득’이라는 숫자 속에 얼마나 현장의 실질적인 고통이 반영되어 있느냐 하는 점이다.


정부는 제4차 종합계획을 준비하며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보장성을 높이되 자립의 의지를 꺾지 않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이들이 이 ‘기준’이라는 문턱 때문에 다시 한번 좌절하지 않도록, 보다 촘촘하고 따뜻한 안전망이 구축되길 기대한다.



데스크 bokji@ibokj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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